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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한줄평 이 동화는 완벽해.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패딩턴 1은 그냥저냥 나쁘지 않았던 기억인데 어쩌다 속편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혹시나 해서 말하자면 이건 동화다. 사건이나 인물들의 행동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든가 따위의 이유로 이 영화를 비판하는 건 당신이 꿈도 희망도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만 드러낼 뿐이니 넣어 두기로 하자. 애당초 말하는 곰이 런던 한복판의 가정집에서 살고 있다는 전제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해서 패딩턴 2는 1편에서 브라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패딩턴이 윈저 거리의 평화로운 이웃들과 살아가다 루시 숙모님의 100번째 생일 선물을 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모험과 재난에 휘말리는 이야기이다. 

전작의 성공으로 제작비를 넉넉하게 쓸 수 있게 된 것인지 스케일도 상당히 커지고 볼거리도 많아졌다. 영화 안에 애니메이션, 액션, 뮤지컬을 죄다 때려 넣었는데 그걸 또 각각 잘 만들었고 내용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재미까지 있는 데다 때깔마저 좋음. 

영화에 대한 레퍼런스가 많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 하나를 두고 몇 시간씩 떠들 수 있을 것 같은 게, 컨셉이나 장면들에 오마주가 굉장히 많은 듯함. 안타깝게도 나는 잘 모르니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느낌과 맘마미아적 모먼트가 있다 정도만 얘기하고 넘어가겠다.


패딩턴 2는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한 점의 그림자도 없이 다정함과 즐거움으로 꽉 채운 영화라서 좋았다. 괜히 악역에게 인간적인 고뇌나 그럴 만한 사연을 주어 헷갈리게 하지도 않고, 인간의 위선을 드러내어 인간성의 명암을 조명한다든가 하지도 않는다. 착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착하고 나빴던 사람은 패딩턴의 러블리빔을 맞고 개심해서 착한 사람이 되어 버리며, 메인 빌런은 착한 사람이 되지는 않지만 자기가 있어야 할 적당한 자리를 찾은 후 나쁜짓을 그만두고 행복한 사람이 된다.


이 영화는 손주를 끔찍이 아끼는 할머니 같은 태도로 관객을 대한다.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상황은 이 이상 나빠지지 않으며 모든 것은 좋아질 테니 앞으로 이어질 모험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즐겁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계속해서 우리를 안심시킨다. 패딩턴은 뜻밖의 수난을 당하지만 수난 속에서도 그는 일관성 있게 낙천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좌절을 겪어도 금세 떨치고 일어나거나 적절하게 구원받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툼한 이불에 쌓여 보호받는 기분이라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그 이불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된다. 마음이 풍성하게 부푼 솜으로 빵빵하게 채워져서 행복하고 따끈따끈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 구구절절 떠드는 건 사실 의미가 없어 보인다. 플롯은 부차적인 것이고, 영화 내내 보여지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미지들과 등장인물들의 다정함, 패딩턴의 사랑스러움이 메인이며 그것은 직접 봐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가지, 해결되지 않아도 상관 없는 의문들은 남는다. CGI로 만든 엉성한 털을 가진 곰돌이 주제에 영혼이 벤 휘쇼라서 깍듯하고 예의바르면서도 귀여울 수 있는 것일까. 피터 카팔디는 떽떽거리는 영감님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사람인 것은 아닐까. 휴 그랜트는 그런 뻔뻔하고 뺀질거리는 악당 역할을 그렇게 잘 소화해도 되는가. 되게 얄미운데 딱 싫어지기 직전까지만 얄밉고 자기 예쁜 줄 아는 챠밍한 미소 한 방에 내 마음은 버터처럼 녹아 버렸다.


어차피 아무말이 되어 버릴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

그냥 패딩턴을 보자. 행복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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