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게임] What Remains of Edith Finch

Cab 2018. 3. 2. 18:07

점수 ★★★

한줄평 빼어난 아트워크와 연출에 너무 크게 기대해 버려 김이 샜지만 기본적으로 잘 만든 게임.

구매 http://store.steampowered.com/app/501300/What_Remains_of_Edith_Finch/


게임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저 평가가 워낙 긍정적이라 꽤나 기대하면서 산 게임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생각한 것과 상당히 다른 게임이었고 게임에서 제시하는 이야기나 상황들이 나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플레이 전에 생각했던 것과 실제 작품의 내용 및 장르가 너무 달랐던 것도 원인 중 하나일 듯 하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풀어놓아 보자면, 일단 Finch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인 Edith Finch가 되어 오랫동안 떠나 있던 가문의 저택에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픽은 상당히 훌륭하고 전체 한글화가 되어 있는 인게임 텍스트의 연출도 좋았다. 자막으로 뜨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며 나아가는 공간 위에 여러 가지 방식의 연출로 텍스트가 떠오르는데 그 부분을 모두 한글화해 놓아 꽤 놀랐다. 텍스트나 장면 전환을 통한 분위기 조성, 다양한 방식의 인게임 애니메이션이나 미니게임들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다듬어 놓는 등의 연출 면에서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한 게임이다.


이러한 연출들은 게임의 스토리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주인공인 Edith Finch는 모친이 사망한 후 유산으로 남겨진 Finch 가문의 저택에 돌아와 그 가족들의 내력을 조사해 나가게 되는데 각 인물의 스토리를 보여 주는 부분에서 그들의 캐릭터와 사연에 맞는, 서로 다른 방식의 스토리텔링 연출이 사용된다. 여기서 좋았던 부분은 물론 다양한 연출을 통해 다채로운 재미를 제공한다는 것이었고, 실망스러웠던 점은 이 스토리를 밝혀내는 과정에 '조사'와 '모험'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구조로 이리저리 확장되며 얽혀 있는 집을 탐사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벽장 너머로 기어 들어가거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거나 집 밖의 나뭇가지를 타는 등의 행위를 하긴 하지만 그런 탐험 과정에서 모험의 요소는 빠져 있다. 길은 한 갈래 뿐이고 문은 돌리면 열리며 열쇠는 이미 가지고 있고 열쇠구멍은 숨겨져 있지 않다. 집의 구조나 분위기에 모험의 요소가 충분히 존재하는데도 공간이 전혀 활용되지 않아 장소와 장소를 이동하는 과정은 모험이 아니라 그냥 책장을 넘기는 동작 정도의 역할에 불과했고, 그 때문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게임 자체의 재미가 감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겉만 보고 이 게임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패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무대를 이렇게 기깔나게 세팅해 놓고 기대하지 말라는 게 더 나쁘지 않나.


가족사를 들여다보는 스토리의 경우도 불가해한 상황에서 오는 은은한 공포를 노린 거라면 모르겠는데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정도의 정보량이었다. 각 캐릭터의 방에서 보게 되는 에피소드는 캐릭터의 최후나 특정한 시기의 사건, 캐릭터의 삶이나 성격을 알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는데 좋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더 풀어낼 수 있는 잠재성이 충분한데 애매하게 끝나는 것들도 있어서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가 엔딩과 맞물려 이질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엔딩에서 보여주는 이 게임의 메시지는 '그래도 삶은 이어지고 가족의 역사는 계속된다'는 것인데 플레이를 진행하며 본 이 가족의 역사는 개개인이 만들어 가는 주체적이고 지속적인 삶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메시지를 반복해 던지고 있다. 가문의 모든 인물들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거나 실종됨으로써 가족묘에 자신의 비석을 새겼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10대에 죽었으며 그 중 상당수는 10대 초반에 죽었으며 일부는 열 살도 채 넘기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 세대가 계속 이어진다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 가족에게는 불행한 사고로 인한 이른 죽음이 예정조화처럼 따라다닌다고 내내 말해놓고 다음 세대에게 뒷일을 부탁해 봤자 어쩌라는 건가 싶은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것과 뛰어난 연출에 비해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게임이었다. 그래도 볼륨이나 장르에 대한 기대감을 살짝만 낮춘다면 충분히 흥미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확인하셔도 좋겠다.